법적 판단의 문턱, '각하'와 '기각'의 명확한 구분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 형사사건, 헌법재판 등 다양한 재판이나 심판 절차에서 자주 등장하는 법률 용어 중 하나가 ‘각하’와 ‘기각’입니다. 처음 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접하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두 단어가 매우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명확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 차이에 따라 이후 절차나 권리 구제의 방향도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단순한 단어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본안 판단의 여부'라는 중대한 기준이 작동하는 개념입니다. 이 글에서는 각하와 기각의 정의, 법적 의미, 실제 적용 사례 등을 통해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각하란 무엇인가?
형식적 요건 미비로 본안 판단 이전에 끝나는 절차
‘각하’란 소송이나 행정심판에서 법원이 본안 판단을 하기 전, 절차적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청구의 내용이 무엇인지 따지기도 전에, 법원이 '이 사건은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 제기 기간이 이미 경과했거나, 청구한 사람이 원고 자격이 없는 경우, 혹은 소장의 형식이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법원이 사건을 심리조차 하지 않고 문 앞에서 바로 돌려보내는 형식이 됩니다. 각하는 실체적 판단이 없기 때문에, 해당 사건에 대해 실질적인 판단을 받은 것도 아니며 결과적으로 사건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셈이 됩니다.
기각이란 무엇인가?
요건은 충족했지만 본안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결정
반면, ‘기각’은 형식적 요건을 모두 충족한 소송이나 심판이 본안에 대해 충분히 심리된 후, 법원이 청구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기각은 사건의 내용이 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진 결과이며, 재판부가 청구 내용을 전부 검토한 후에도 해당 청구가 법적 근거나 증거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판단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명백한 증거 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했거나, 위법한 행정처분이라는 주장을 했으나 근거가 부족한 경우에는 기각됩니다. 이 경우 청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므로, 향후 항소나 상소 등의 절차를 통해 상급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각하와 기각의 결정적 차이
본안 판단 여부가 핵심
각하와 기각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법원이 본안에 대해 판단했는가’입니다. 각하는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절차적 문제로 사건을 종료시키는 것이고, 기각은 본안 판단까지 마친 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법률상 의미뿐 아니라 당사자가 취할 수 있는 후속 절차도 달라집니다.
구분 각하 기각
판단의 범위 | 형식적 요건 검토 | 본안에 대한 실질적 판단 |
결과 의미 | 절차상 문제로 소송 불수리 | 실체적 내용이 부족하여 청구 기각 |
항소 가능성 | 다시 요건 갖추어 재청구 가능 | 항소, 상소 가능 |
예시 | 소 제기 기간 초과, 원고 자격 없음 | 증거 부족, 법적 근거 부족 |
각하는 절차상의 하자로 인해 문 앞에서 걸러지는 것이며, 기각은 문 안에 들어가 내용을 모두 살펴봤지만 이유가 없어 돌려보낸 결과입니다. 이처럼 본안 판단의 유무는 단순한 용어 사용의 차원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적인 흐름을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실제 사례로 이해하는 각하와 기각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서 자주 등장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서는 이 두 개념이 명확히 나뉘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세금 부과 처분에 대해 심판을 제기한 사람이 법에서 정한 기간(보통 90일)을 넘겨서 청구한 경우에는 각하됩니다. 이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안 판단 없이 심판 자체가 종료되는 상황입니다. 반면, 같은 사람이 정해진 기간 내에 청구했으나 해당 세금 부과가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청구는 기각됩니다. 이 경우는 청구 절차에 문제가 없었으나 실질적인 이유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에서도 동일한 개념 적용
형사사건이나 민사사건에서도 각하와 기각은 동일한 논리로 적용됩니다. 형사 고소 사건에서 피고소인에게 죄가 되는 행위가 없다는 것이 명백하거나, 고소권자가 아닌 사람이 고소한 경우에는 검찰이나 법원이 고소를 각하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고소 요건이 충족되었지만 증거가 부족하거나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경우는 불기소 처분 또는 기각 결정이 내려집니다. 민사소송에서도 피고가 소 제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면 각하, 내용상의 이유 부족이라면 기각됩니다.
일반인의 대응 전략
각하된 경우: 요건 보완 후 재청구 가능
소송이나 심판 청구가 각하되었다면, 당사자는 우선 절차적 하자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보완해야 합니다. 각하의 경우에는 청구 내용이 심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일한 사안에 대해 요건을 충족시켜 다시 청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기간 초과로 각하된 사건은 기간을 계산해 다시 청구하거나, 원고 자격이 인정되는 사람이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기각된 경우: 법적 다툼을 이어가기 위한 항소
기각 결정은 실체적 판단이 있었던 것이므로, 당사자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항소, 상소 등 상급심 절차를 통해 다시 다툴 수 있습니다. 기각은 일단 법원의 판단을 받은 것이므로, 그 판단이 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논리와 증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용어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각하와 기각은 한 글자 차이지만 법적 절차에서의 결과는 천지차이입니다. 각하는 문턱에서의 종료, 기각은 본안에서의 판단 거절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이에 따라 후속 절차, 대응 방식, 사건의 방향성이 모두 달라집니다. 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용어들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각하가 되었다면 절차를 보완하여 재도전하고, 기각되었다면 논리와 증거를 보완하여 항소하는 방식으로 다음 단계로 이어나가야 합니다. 결국 법은 정교한 언어의 세계이며, 용어 하나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